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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성인인데, 왜 화장실 가기 무섭냐고?

2017년 06월 19일에 작성됨.
갈 때마다 마스크 끼거나 매니큐어로 모든 구멍과 나사 칠해버린다는 이들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직장인 A 씨는 최근 큰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이전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건 한 달 전이다. 친척 동생이 영상을 본 뒤 고민 끝에 알려주었고, 그 후 A 씨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P2P 사이트에서 자신의 영상을 검색해 5명 정도의 유포자를 캡쳐했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을 찾았다.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수사가 진행되고, 나머지 유포 영상들도 경찰이 모두 처리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원칙적으로 이런 문제는 A 씨가 방통위에 직접 신고를 넣거나 웹하드 사이트에 영상 삭제 요청을 해야한다고 했다. 게다가 신고한 5명 외 계속해서 유포하고 있는 자들도 A 씨가 일일이 캡쳐해 증거를 채집해서 별도 신고를 해야한다고 했다.

A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피해자인 자신이 매일 인터넷에 자신의 영상만 찾아다니며 삭제 신고를 넣고 캡쳐를 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영상을 지우기 위해 유출영상 삭제 전문 업체에 문의했고 매달 200만 원의 비용을 내기 위해 그동안 모아왔던 적금들을 해지해야 했다. 최소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100% 삭제되지는 않는다는 계약 조건이 절망스러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경찰에 신고 접수 열흘 후 사이버수사대에서 연락이 왔다. 이유는 제출한 증거 자료에 채증 시간과 피해자의 성기가 나오지 않아 다시 제출해야 한다는 전화였다. A 씨는 다시 그 고통스러운 영상을 재생해 자신의 성기가 나오는 부분을 캡처해야 했다. 경찰 앞에서 자신의 성기 캡쳐를 내밀어야 한다는 수치감과 이런 과정의 고통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고소를 포기와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이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누군가가 다운로드 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그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주변 지인들의 비난 어린 시선까지 더해지자 직장을 그만 두고 가족과 모든 인간관계를 단절한 채 끔찍한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1


이것도 사이버 성폭력일까?

위 사례의 A 씨는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가족이나 친구에게 혹은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A 씨의 사례를 통해 사이버 성폭력이 개인에게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해결 절차 또한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다.

사이버 성폭력은 인터넷, 스마트 폰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으로,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성폭력 등의 용어로 정의되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2, 몰래 카메라 유출, 메신저 성희롱, 게임 내 성희롱이 대표적이며 이 외 더 다양한 형태로 심화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익명성이 보장되고 불특정 다수에게 단시간에 전파될 수 있지만, 물리적인 행위가 없기에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성폭력은 성(性)을 바탕으로 명백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폭력이며 나아가 인권 침해의 측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요


다 큰 성인들이 왜 화장실에 가기 무섭다고 할까? 귀신이 아닌 몰래카메라 때문이다. 여자 화장실 몰래카메라 영상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공론화된 이후, 많은 여성들은 외출하여 화장실을 사용하기를 두려워 하고 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마스크를 낀다거나 매니큐어로 모든 구멍과 나사를 칠해버린다는 사람도 있다. 그저 노파심인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실제로 P2P 사이트와 포르노 사이트에는 여자 화장실 도촬 영상물들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촬영 장소들은 병원, 카페, 음식점, 피씨방, 대중 목욕탕, 중고등학교, 대학교, 회사 등등 모든 곳에 걸쳐 빠지지 않는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 화장실에 많이 설치되어 있을 것 같은 우려와 달리 모니터링 결과 개인 사업장(음식점, 술집과 같은 자영업자 영업 장소)에 주로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타인의 배설 과정을 촬영한 화장실 몰래카메라를 보는 남성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어째서 여성들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배설욕구를 참아가며 외부 화장실 이용을 꺼려야 할까? 몰래카메라 범죄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조심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초소형 카메라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전문화 되고 있지만, 원래의 용도와 목적이 아닌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우리는 피해자에게 몰래카메라를 스스로 피하길 권유하거나 조심하도록 주의를 줄 것이 아니라, 몰래카메라 촬영물이 유희로 소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나아가 초소형 카메라가 더 이상 몰래카메라 범죄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개선 또한 필요하다.

자유롭게 소비되는 개인 영상 유출물


사이버 성폭력은 접근성이 좋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데, 페이스북 등의 SNS와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부터 불법 음란 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조건 없이 쉽게 피해 영상물을 접할 수 있다. 유출된 리벤지 포르노 및 몰카 영상은 ‘국노(국산 노모자이크)’라는 제목으로 유포되고 가입절차 없이 즉시 열람 가능한 게시판에 게재되거나, SNS를 통해 퍼져나가기도 한다.

국내 포르노 사이트 중 정식 등록 허가 없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서버를 해외에 등록한 경우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정확한 피해물 수치 파악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국내 정식으로 등록된 P2P 사이트는 107개이지만, 불법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는 포함되지 않는 수치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체제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올 4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형 P2P 사이트 기준 5시간 동안 약 1,500개(약 60페이지)의 영상물이 업로드 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통계 프로세스가 미비한 상태로는 피해 실태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 P2P 사이트 12곳을 대상으로 가장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 11개를 중점 모니터링한 결과, ‘국노’ 키워드를 검색할 수 없는 곳은 단 두 곳뿐이었다. ‘약물’, ‘몰카’, ‘강간’, ‘강제’와 같은 범죄성을 띠고 있는 키워드까지 모두 검색을 차단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사이버 성폭력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임에도 이를 위한 제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소비를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의존하고 있는 개인 영상 유출물 삭제 대행 업체 중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장의사3 S사 기준 1년에 약 50명의 피해자 신고 건이 접수 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영상 삭제를 위해 수 적게는 200만원에서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수개월 간 지불하고 있다. 사례의 A 씨처럼 수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영상을 지우기 위해서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정신적인 고통과 더불어 경제적인 고통까지 동반해야하는 현실이 피해자에겐 너무나 가혹하다.


사이버 성폭력, 성범죄로 다스려지지 않는다
사이버 성폭력은 특성상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몰래 카메라 리벤지 포르노의 경우 해당 영상을 촬영한 촬영자, 영상을 유포한 자 모두 가해자로 볼 수 있으나, 영상물을 ‘소비’한 자 또한 유포에 가담하는 구조이다. 또한, 피해 영상 소비를 단순 시청, 다운로드, 공유로 세분화 할 경우 정확한 피해 정도 측정이 어려우며 법적으로 이를 제지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 피해 경위에 따라 무수히 많은 가해자가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사이버 성폭력 및 불법 음란물 제재를 위한 법안을 세우고 단속하고 있지만, 실제 그 유효성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14조(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반포‧임대‧제공 등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 수치심’이라는 객관적이지 않은 정의로 인해 피의자 처벌에 불명확한 기준이 문제가 되다. 또한 직접 본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경우에 대해서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들도 남아있다.




그리고 지난 2015년,'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시행하여 웹하드 및 P2P 업체에 불법 음란물 유통에 따른 게시물 검열 의무를 부과했다. 하지만 불법 음란물을 걸러낼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며, 실제 처벌의 빈도나 수위가 약해 지금도 버젓이 사이버 성폭력 영상물이 왕성하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동안 해당 법률로 고작 몇 건의 벌금형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다양한 양상의 사이버 성범죄를 강력하게 제재하고 처벌하는데에 부족함이 있으며,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피해자 격리' 나 때문은 아닌지 돌아봐야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이버 성폭력은 진행형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P2P 사이트를 검색하고 접속하면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유출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영상물 소비자들은 그동안 대부분 내가 보고 있는 이 영상물이 어떤 경로로 유통이 되었는지, 이 영상물이 만들어진 경위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는 ‘국산’ 포르노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소비해 온 것이다.

가수 A 씨, 아나운서 B 씨, 배우 C 씨 등 과거부터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꾸준히 유출 비디오 파문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 사건 이후 긴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수 년이 흐른 지금도 전혀 다르지 않다.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례의 A 씨처럼 모든 인간 관계를 포기하고 피해 사실이 마치 씻을 수 없는 오명인 듯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숨어살고 있다.

어째서 피해자가 손가락질을 당하고 자신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만, 피해자를 격리시키고 있는 것이 과연 ‘나’는 아닌지 돌아봐야만 한다. 내가 보았던 야동, 내가 공유한 유출 영상, 좋아하는 마음에 찍은 사진, 호기심에 다운받은 영상 이 모든 것들이 가해 행동임을 불편하더라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이버 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지만, 그 전에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출처 : http://deepr.kr
원문 링크 : 상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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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디퍼야 취재를 부탁해'(이하 디·취·부)를 통해 공모를 받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직접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취재를 요청해 주시고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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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쉐어앤케어 사용자들과 함께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우리 함께 해결하고 도울수 있는지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제안과 많은 의견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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